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브뤼셀, 암스테르담을 거쳐 베를린까지 가는 동안 여권을 한 번도 꺼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 구역이 솅겐 지역입니다. 편한 만큼 함정도 있습니다. 나라를 옮겨 다녀도 체류일은 계속 쌓이고, 90일은 나라마다가 아니라 지역 전체에서 한 번입니다.
솅겐 지역이란
1985년 룩셈부르크의 작은 마을 솅겐에서 맺은 협정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회원국끼리는 국경 검문을 없애고, 바깥 국경에서 한 번만 심사합니다. 그래서 단기 방문자에게는 29개국이 한 나라처럼 움직입니다. 처음 들어간 나라에서 입국 심사를 받고, 마지막으로 나가는 나라에서 출국 심사를 받습니다.
한국 여권은 솅겐 지역에 비자 없이 180일 중 90일까지 머물 수 있습니다. 관광, 친지 방문, 짧은 출장 같은 단기 방문이 대상이고, 현지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려면 해당 나라의 비자가 따로 필요합니다. 회원국 목록과 규칙의 원문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원국 29개국
EU 회원국 25개국: 그리스,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몰타, 벨기에, 불가리아, 스웨덴, 스페인,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
EU가 아닌 4개국: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스위스, 아이슬란드.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솅겐 규칙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2025년 1월부터 육로 국경까지 완전히 합류했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나라를 누르면 회원국인지, 그 나라 정보는 어디서 보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헷갈리기 쉬운 곳
- 아일랜드: EU 회원국이지만 솅겐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아일랜드에서 보낸 날은 솅겐 90일에 들어가지 않고, 아일랜드 규칙을 따로 따릅니다.
- 키프로스: 역시 EU 회원국이지만 아직 솅겐 회원국이 아닙니다. 2026년 여름 집행위원회가 준비가 끝났다고 평가했지만, 회원국 전원의 승인이 남아 있어 가입일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2026년 9월 기준).
- 영국: EU도 솅겐도 아닙니다. 대신 2025년부터 한국 여권으로도 전자여행허가(ETA)를 미리 받아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2026년에 바뀐 입국 규정에 있습니다.
- 모나코, 산마리노, 바티칸: 회원국은 아니지만 둘러싼 나라와 국경 검문이 없어 사실상 솅겐 안으로 다닙니다.
- 안도라: 회원국이 아니고 공항도 없어, 프랑스나 스페인을 거쳐 들어갑니다. 솅겐 입국 조건부터 맞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 해외 영토는 따로 봐야 합니다.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는 솅겐 안이지만, 프랑스의 과들루프, 마르티니크, 레위니옹 같은 해외 영토와 덴마크의 그린란드, 페로 제도, 노르웨이의 스발바르는 솅겐 밖입니다.
90일은 지역 전체에서 한 번
어느 날을 기준으로 잡든 최근 180일 안에 솅겐 지역에 있었던 날을 모두 더해 90일을 넘으면 안 됩니다. 프랑스에서 한 달, 이탈리아에서 한 달을 보냈다면 이미 60일을 썼고, 남은 30일은 스페인에 가든 스위스에 가든 같이 줄어듭니다. 입국한 날과 출국한 날도 각각 하루로 셉니다. 영국이나 아일랜드, 발칸 반도처럼 솅겐 밖에 나가 있던 날은 빠지지만, 그렇다고 90일이 새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지난 입·출국 날짜를 넣으면 남은 날이 바로 나옵니다.
무비자 체류 전반과 날짜 계산 방식의 차이는 무비자·도착비자·사전비자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한국은 일부 회원국과 맺은 양자 사증면제협정이 있어 90일을 넘겨 머물 수 있다는 해석도 있지만, 조건과 인정 여부가 나라마다 다르고 국경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 계획이 있다면 해당 나라 대사관에 미리 확인하세요.
2026년에 달라진 입국 심사
- EES(출입국 시스템): 2026년 4월 10일부터 모든 솅겐 회원국에서 전면 시행 중입니다. 여권에 도장을 찍는 대신 얼굴 사진과 지문을 등록하고, 입·출국 날짜가 전산으로 남습니다. 처음 들어갈 때는 등록 절차 때문에 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90일 계산도 이 기록으로 하니, 손으로 센 날짜와 어긋나지 않게 관리하세요. 공식 안내는 EES 안내 페이지에 있습니다.
- ETIAS(유럽 여행정보 인증): 무비자 방문자가 출발 전에 받는 온라인 허가로, 한국 여권도 대상입니다. 원래 2026년 4분기 시행 목표였지만 2026년 7월 그 일정이 철회됐고, 아직 시행일이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필요 없습니다. ETIAS를 대신 신청해 준다며 돈을 받는 사이트가 많으니, 시행되면 공식 사이트에서만 신청하세요.
정리
- 솅겐 29개국은 단기 방문자에게 한 나라입니다. 한국 여권은 비자 없이 180일 중 90일까지 머물 수 있습니다.
- 아일랜드와 키프로스는 EU지만 솅겐이 아니고, 영국은 둘 다 아니며 ETA가 필요합니다.
- 90일은 지역 전체에서 누적입니다. 계산기로 남은 날을 확인하세요.
- EES로 입국 기록이 전산화됐고, ETIAS는 아직 시행 전입니다.